메뉴 닫기

뉴스 (사회⋅경제)

광양시, 윤동주의 ‘서시’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일제강점기라는 암흑 속 광양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 마루 밑에서 고이 지켜내
허다원 기자   |   송고 : 2023-09-11 14:29:36
광양시-배알도 별헤는다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되는 윤동주의 ‘서시’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가장 사랑받는 시 중 하나다.

 

서시는 1941년 윤동주가 연희전문 졸업 기념으로 출간을 꿈꾸며 자필로 써서 묶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서문으로 붙인 시다.

 

윤동주는 서시를 비롯한 19편의 시를 자필로 원고지에 옮기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3부를 손수 제본해 1부는 본인이 갖고 나머지는 이양하 지도교수와 연희전문 후배 정병욱에게 줬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 아래 출간은 좌절되고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수감된 윤동주는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이국의 차디찬 형무소에서 숨을 거둔다.

 

한편 학도병으로 끌려가게 된 정병욱은 윤동주에게 받은 시집을 광양의 어머니에게 맡기며 자신이나 동주가 살아 돌아올 때까지 소중히 잘 간수해 주고 둘 다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독립이 되면 연희전문에 보내 세상에 알려달라고 당부한다.

 

정병욱의 어머니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금지된 캄캄한 시대에 한글로 쓰인 윤동주의 시집을 명주 보자기에 곱게 싼 후 항아리에 담아 가옥 마루 밑에 숨겨 고이 지켜낸다.

 

윤동주와 이양하 교수가 갖고 있던 시고는 행방을 잃었지만,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시고는 윤동주의 연희전문 동기동창 강처중이 보관했던 12편의 시들과 함께 1948년 1월 30일 출간돼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하마터면 묻혀버릴 뻔했던 그 유고에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길 등 시대의 어둠을 비추는 등불 같은 시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광양은 윤동주가 한 번도 밟지 않은 땅이지만 생전에 시집 출간은커녕 생때같은 짧은 나이에 역사의 희생양으로 생을 마감한 무명의 슬픈 윤동주를 불러내 시인으로 부활시킨 공간이다.

 

정병욱은 회고록 ‘잊지 못할 윤동주 형’에서 “내 평생 해낸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려주게 한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늘의 나에게 문학을 이해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인생의 참된 뜻을 아는 어떤 면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동주가 심어준 씨앗임을 나는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윤동주와 정병욱의 인연은 1940년 4월, 연희전문 문과 3학년이었던 윤동주가 정병욱의 글이 실린 그날 아침의 신문 한 장을 손에 쥐고 정병욱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태평양전쟁과 함께 악랄해진 일본의 식량정책으로 기숙사의 식탁이 부실해지면서 둘은 함께 조촐한 하숙을 시작하고 자필시집에 묶인 대부분의 시가 그때 쓰여진다.

 

대표시 ‘별헤는 밤’의 마지막 연은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마음속에서 가다듬고 원고지에서 고치는 일이 없는 윤동주가 끝부분이 좀 허한 느낌이 든다는 정병욱의 말을 받아들여 덧붙인 것으로 두 사람의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

 

윤동주와 정병욱의 깊은 우정은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포구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완성되고 두 사람의 동생들이 부부의 연을 맺는 각별한 인연으로 이어진다.

 

윤동주의 육필시고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은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라는 명칭으로 등록문화재 제341호로 지정돼 두 사람의 운명적인 인연을 기리고 있다.

 

가옥에는 시집을 보존한 당시 상황이 재현돼 있고 가옥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윤동주 시 정원’에는 유고시집에 수록된 31편의 시를 아로새긴 시비들이 굳건히 서 있다.

 

또한, 망덕포구와 배알도를 잇는 해상보도교가 ‘별헤는다리’로 명명되고 윤동주의 시를 모티프로 감성 가득한 조형물이 들어서면서 윤동주의 순결한 시 정신은 망덕포구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한편, 1922년 3월 25일 태어난 정병욱은 연희전문을 거쳐 1948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부산대, 연세대 교수를 거쳐 27년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고전시가, 고전소설 등 고전문학의 초석을 놓고 국어국문학회를 창립했으며, 판소리학회를 창립, 판소리 연구 및 대중화에 힘쓰는 한편 한문학, 서지학에까지 두루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또한, 하버드대와 파리대학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국문학 부문을 집필했으며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1967년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 1979년 외솔상, 1980년 삼일문화상을 받았으며, 1991년 한글날에는 고전시가 연구에 일생을 바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그럼에도 정병욱은 윤동주의 친필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간직해 세상에 알린 일을 자신의 가장 큰 자랑으로 여겼으며 윤동주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윤동주의 시‘흰 그림자’, 백영(白影)을 자신의 호로 삼으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정구영 관광과장은 “광양 망덕포구는 일제강점기라는 암흑 속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살아남은 생명의 공간이자 무명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를 시인으로 소환한 부활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위대한 역사 뒤에는 윤동주의 친필시고를 소중히 지켜내는 한편 국문학사에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도 윤동주의 그림자로 살고자 다짐한 백영 정병욱 선생의 숭고한 우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
  • 1/2

세이브더칠드런, 구례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쌀 기탁 모든 아동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갑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구례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쌀 기탁 모든 아동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갑니다 구례군 전남 구례군은 지난 18일 세이브더칠드런 서부지역본부(본부장 김동관)가 구례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백사인)에 관내 취약계층을 위한 1,400만 원 상당의 쌀 500포(1...

대한불교조계종 천은사 구례북중 전교생에 장학금 수여 지역의 학생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온정을 전하고 싶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천은사 구례북중 전교생에 장학금 수여 지역의 학생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온정을 전하고 싶었다 구례군 대한불교조계종 천은사(주지 대진)는 10월 21일 구례북중학교 도서실에서 ‘2024년 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최된 수여식에는 김선배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김수...

여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찾아가는 나눔냉장고 운영 무선주공1단지 어르신·주민 100여 명에게 누룽지·생수 지원

여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찾아가는 나눔냉장고 운영 무선주공1단지 어르신·주민 100여 명에게 누룽지·생수 지원 여수시 여수시 여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 18일 화장동 무선주공1단지를 찾아 어르신을 비롯한 주민 100여 명에게 ‘행복한 나눔냉장고’로 후원된 누룽지, 생수 등 식료품을 전...

음악동아리 ‘비타민’, “어려운 이웃 돕고파” 광양읍에 후원금 기탁 동절기 지원으로 취약계층에 온기 나눔 실천

음악동아리 ‘비타민’, “어려운 이웃 돕고파” 광양읍에 후원금 기탁 동절기 지원으로 취약계층에 온기 나눔 실천 광양시 광양시는 지난 15일 음악동아리 ‘비타민’(대표 원영태)에서 광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공위원장 권회상, 민간위원장 허형채)에 후원금 100만 원을 기탁했다고 18일 밝혔다....

국제와이즈멘 천마클럽, 문수동에 바자회 수익금 전액 기탁 ‘사랑나눔 바자회’ 수익금 110만 2천 원 기부

국제와이즈멘 천마클럽, 문수동에 바자회 수익금 전액 기탁 ‘사랑나눔 바자회’ 수익금 110만 2천 원 기부 여수시 국제와이즈멘 천마클럽(회장 정지하)은 지난 14일 ‘사랑나눔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 110만 2천 원을 문수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김영철)에 전액 전달했다. ‘...

여수 하화도 어르신들의 행복한 가을 나들이

여수 하화도 어르신들의 행복한 가을 나들이 여수시 여수시 화정면(면장 배도선)이 지난 17일 하화도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화정면 특화사업인 ‘그대와 함께하는 어르신의 느긋한 날(이하 그, 어느 날)’의...

서형곤 재경여수시향우회장, 고향사랑기부금 200만 원 전달 지난 15일 여수시민의 날 기념행사에 앞서 기부금 전달식 가져

서형곤 재경여수시향우회장, 고향사랑기부금 200만 원 전달 지난 15일 여수시민의 날 기념행사에 앞서 기부금 전달식 가져 여수시 서형곤 재경여수시향우회장이 고향인 여수에 고향사랑기부금 200만 원을 전달했다. 여수시(시장 정기명)에 따르면 화양면 출신인 서 회장은 지난 15일 ‘여수시민의 날’ 기념행...

여수 코리아월드써비스, 화정면사무소에 라면 200박스 기부 관내 경로당 및 취약 어르신께 전달

여수 코리아월드써비스, 화정면사무소에 라면 200박스 기부 관내 경로당 및 취약 어르신께 전달 여수시 여수시 중흥동 소재 파이프라인 설치 업체인 코리아월드써비스㈜(대표 김완식)가 지난 16일 화정면사무소를 방문해 라면 200박스를 후원했다. 후원품은 관내 경로당 및 독거·저...

한국농어촌희망재단, 전남에 배추 호우피해복구 상생기금 17일 3억 전달…피해 농가에 영양제 등 약제 공급비 활용

한국농어촌희망재단, 전남에 배추 호우피해복구 상생기금 17일 3억 전달…피해 농가에 영양제 등 약제 공급비 활용 순천시 전라남도는 17일 한국농어촌희망재단으로부터 9월 배추 호우피해 농가 복구를 위한 상생기금 3억 원을 기탁받았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희망재단은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가락...

전라남도의사회, 순천에서 외국인근로자 대상 찾아가는 의료 봉사 펼쳐 외국인근로자 대상 무료 독감접종, 결핵검진 등

전라남도의사회, 순천에서 외국인근로자 대상 찾아가는 의료 봉사 펼쳐 외국인근로자 대상 무료 독감접종, 결핵검진 등 순천시 전라남도의사회는 지난 13일 순천의료원에서 “전남지역 외국인근로자 찾아가는 진료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민·관·학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내 외국인근로자...
Service / Support
TEL : 010-3327-9033
E-mail : nbna12345@naver.com
AM 09:00 ~ PM 06:00
전라남도 순천시 가곡길 30,103동1414호 / nbna12345@naver.com
더순천 | 사업자등록번호 : 739-16-01151 | 정기간행물 : 전남 아00298 | 발행일자 : 2017년 12월 01일
발행인 : 허대성 / 편집인 : 허유인 / 청소년보호책임자 : 허대성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허다원
Newsletter
* 수집된 이메일 주소는 구독취소 시 즉시 삭제됩니다.
© 2017. THESCNEWS.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