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라이즈(RISE,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30 정책을 필두로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라이즈 예산은 충분한지 의문이고, 지방거점국립대는 글로컬대학 지원을 받더라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대학교육연구소에 의뢰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윤석열 정부 지방대학 정책 진단'에 담겨 있다. 아래는 주요 내용이다.
2025년 교육부 라이즈 예산 2조 원, 지방대 육성에 충분할까
라이즈(RISE)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방대학을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내년부터 17개 시도에 라이즈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정부의 대학지원 예산이 라이즈를 통해 지원되는 등 변화가 생긴다. 교육부는 2025년 라이즈 체계 출범과 관련해 ‘전년 대비 8천억 원 증액된 2조 원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제공한 ‘2025년 라이즈 정부 예산안 개요’를 살펴보면, 큰 폭의 증액인지 의문이다. 우선, 라이즈 체계의 핵심인 5개 사업(RIS, LINC 3.0, HiVE, LIFE, 지방대학활성화) 예산은 1조 2천억 원으로, 2024년과 같다(①). 3천억 원은 기존 재정지원사업이 조정 및 이관된 예산이다(②).
순증은 약 2천억 원인데 이 중 552억 원은 ‘의대교육혁신’ 목적(증원된 의대의 자율적 교육혁신과 우수한 지역·필수의료 인력 양성에 지원)이고, 212억 원은 ‘지역협력기반 늘봄지원’ 예산으로 초등 몫이다(③). 교육부가 밝힌 순증 2천억원 중에는 의대와 늘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첨단분야 혁신 융합대학 등 8개 사업(3천억 원)은 전년도와 같다. 이행 준비를 거쳐 2026년부터 라이즈 체계에 통합될 예정이다.
지방대학 대부분이 재정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2천억원에 못 미치는 순증 규모의 라이즈로 지방대학을 육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글로컬대학 지원받고도 지방거점국립대 교육비 개선 한계
2023년 지방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248만원(강원대) ~ 2,645만원(경북대)으로 서울대 6,059만원의 40% 수준이다. 연세대(본교) 4,084만원, 고려대(본교) 3,264만원, 성균관대 3,155만원과 비교해도 부족하다.
지방거점국립대 중 6교는 5년간 해마다 200억원씩 지원받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이 대학들이 2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고 가정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추계한 결과 72만원(경북대) ~ 123만원(충북대) 증액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교육비가 가장 높계 추계되는 경북대(2,718만원)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에 못 미친다.
그간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비교하면 글로컬대학은 대학당 지원금이 상당히 큰 액수다. 다만 누적된 교육비 격차로 글로컬대학 지원을 받고도 지방대학의 교육비 개선에 한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감소 여파로 ‘한계대학’ 64교 예상, 지방대가 51교로 80% 차지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5~31년에 45만 명 내외로 유지되다가, 2032년 43만 5천명, 2035년 38만 7천명, 2044년 22만명으로 감소한다. 이로 인해 운영 어려운 ‘한계대학’이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뒤 2035년을 기준으로 추계한 결과, 64개 대학이 한계대학으로 추정됐다. 이 중 지방대학이 51교로 80%를 차지한다. 수도권에서도 13교가 한계대학으로 추계됐는데, 12교가 경기인천 지역, 1교가 서울지역이다.
20년 뒤인 2044년이 되면, 학령인구가 22만명으로 줄어 수도권대학 정원(18만여 명)과 지방 국공립대학 정원(6만여 명)만으로 충당이 가능해진다. 지방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줄 폐교가 우려된다.
수도권 집중 심화되었나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동안 고등교육의 수도권 집중 변화를 살펴봤다. 대학 입학정원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줄었지만 지방대가 더 많이 감축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입학정원 비중은 2022년 39.7% → 2024년 40.4%로 늘었다.
입학생 수는 2022년 대비 2024년에 4,168명 늘었는데, 이 중 3,403명이 수도권 인원이다. 이 영향으로 수도권 비중이 42.0% → 42.3%로 늘었다. 재학생 수의 수도권 비중 또한 41.6% → 42.5%로 증가했다.
학생들의 대학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입시 지원자(여러 대학에 지원한 중복 인원 기준)의 수도권 비중은 2022년 54.3% → 57.4%로 3.1%p 늘어 수도권 선호가 더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학연의 일환인 계약학과 입학자 수도 50.9% → 55.8%로 3년 만에 수도권 비중이 5%p 가량 늘었다.
요컨대,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첨단분야 관련 수도권 증원 등의 영향으로 윤석열 정부 집권 3년간 고등교육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책 대안
윤석열 정부 3년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 위기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방대학 ‘위기’는 우리사회 기반이 수도권으로 점점 집중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만큼 문제 진단부터 해결과제 제시까지 총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명확한 정책 기조를 수립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라이즈 체계로 이관한다고 지방대학이 육성될 리 없다.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종합계획에는 학령인구 감소 대응 방안이 담겨야 한다. 더 이상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전체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을 수립하고, 방대한 정원외 규모도 점차 줄여가야 한다. 더불어 「수도권정비계획법」 제18에 따른 수도권 입학정원 총량 규모를 재설정해야 한다. 참고로 현재 수도권 입학정원 총량 규모는 11만 7,145명인데, 1998년 12월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결정한 이후 유지되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에 맞게 적정한 규모의 수도권 정원 재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명목)는 2,162조원인데, 정부와 지자체가 고등교육에 지원한 재정은 17조 8천억원으로 GDP의 0.82%다. OECD 국가 평균인 1%가 되려면 약 4조 원 부족하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해 지방대학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