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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경제)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계약… 한수원, ‘이사회 의결‧보고’ 패싱

한수원,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사업심의위 의결 후 이사회 패싱하고 본계약
허대성 기자   |   송고 : 2025-10-15 16:48:28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6월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본계약 체결 시 이사회 의결을 패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이사회는 필요할 경우 열고, 체코 계약은 규정상 이사회 의결·보고의무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2년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출 당시엔 이사회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이사회 절차를 생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수출은 한수원이 ‘주계약자'로서 참여해 사업의 전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계약으로, 그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이 한수원에서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두코바니 원전사업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두코바니 원전수출을 위해 한수원은 지난 4월8일 사업심의위원회를 개최,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5·6호기) 안건'을 가결했고, 두 달 뒤인 6월4일 한수원과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소(EDU Ⅱ)는 최종 본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수원이 사업심의위원회에서 최종입찰서가 가결된 뒤 이사회 의결 절차는 생략했다는 점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이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절차는 ‘타당성 분석과 입찰 참여 → 리스크 검증위원회 의결 → 사업심의위원회 의결 →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이후 본계약을 맺기 전 사업 개요와 현황 등 관련 문서에 대해서 사전에 감사를 받고, 최종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결재까지 통과해야 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수출 당시 한수원의 최종 결재권자는 황주호 사장(지난 9월17일 사의 표명)이었다.
한수원이 권향엽의원실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체코 원전수출과 관련해 한수원은 지난 2022년 11월 리스크 검증위원회를 열고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리스크검증)' 안건을 가결했다. 사업 참여 타당성 및 리스크 심의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이후 지난 2023년 9월 사업심의위원회가 두코바니 원전 5호기에 대한 수정입찰서 안건을 승인했고, 올해 4월엔 원전 5·6호기에 대한 최종입찰서도 가결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한수원의 보고 문건엔 이사회에 대해 괄호로 “필요시” 연다고 적혀 있었다.
한수원 이사회 규정 제5조(의결 및 보고사항)에 의하면, 이사회 의결 및 보고사항은 ▴경영목표, 예산 및 운영계획, 중장기재무관리 계획 ▴발전소 건설 기본 계획 ▴발전소 및 300억원 이상의 비유동자산의 취득 및 처분 ▴주주총회의 소집과 이에 제출할 의안 등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사회와 관련해 권향엽의원실에 “이사회 규정 5조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에 상정하는 안건은 자금을 투자하는 사업에 관한 건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은 (이사회)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원전업계에선 해외로 원전을 수출하는, 2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사업을 이사회 의결도 없이 진행했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체코 원전수출과 관련해 미국 업체 웨스팅하우스와의 ‘노예계약’ 논란이 불거진 마당이어서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이사회를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실제로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수출 계약 땐 2022년 9월23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계약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뉴스토마토>의 취재에 따르면,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이사회를 열지 않더라도)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대형 사업을 이사회 의결 없이 했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밝혔다.
또 상법 제393조(이사회의 권한)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이사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은 이사회를 소집,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사회는 대표이사를 감독·견제하기 때문이다. 상법을 어기고, 회사에 재산상 피해가 있었다면 형법상 ‘배임’에 해당한다.
특히 한수원 이사회 규정 제5조 제24호에 이사회를 여는 요건으로 ‘기타 이사회 또는 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 한수원이 체코원전 수출 당시 이사회 열고 의결을 거칠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수원 이사회 사무국은 권향엽의원실에 "이사회 규정 5조 24호에 의거해 체코원전사업처에 ‘황주호 사장을 통해 부의해달라(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달라)’라고 요청하면 이사회 사무국에서 받겠다고 전했지만, 사업처에선 별다른 요청이 없었다”라고 했다.
또한 권향엽의원실이 한국전력(이하 한전)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09년 12월23일 UAE 바라카 원전 수출사업 계약체결 4일 전 이사회에 안건을 보고했다. 당시 한전 이사회는 ▴UAE의 법‧제도적 환경 및 송전망 등 부대 인프라시설 조성, ▴프로젝트 진행과정 성과 피력하는 다큐멘터리 등 활용해 한전의 기술력 홍보 필요,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해외사업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의 의견을 제시했고, 원안을 통과시켰다.
권향엽 의원은 “체코 두코바니 사업은 최근 15년간 한수원이 추진한 사업 중 가장 중요한 사업인데, 이사회 의결과 보고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불가”라며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정부가 외압을 행사해 ‘노예계약’을 맺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4월8일 사업심의위원회 의결 이후 ‘이사회 패싱’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사전심의위원회 위원인 기획본부장 등은 계약내용을 전부 검토하고 의결했는데, 한수원 이사들은 본 계약에 대해 사전에 검토할 기회는 물론 사후에 보고받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뜻”이라며 “한수원이 이사들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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